The 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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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 디테일 블루종, 레드 포인트 포켓 블랙 티셔츠, 슬림 핏 스트레이트 데님 팬츠 모두 트루릴리전(True Religion), 뱅글 에이치알(H.R), 스터드 장식 파이톤 스니커즈 아쉬(Ash).

세월과 풍파가 지혜로운 남자 대신 용렬하고 때 묻은 꼰대를 만들 때가 훨씬 많다는 건 대단히 실망스러운 일이다. 묵힌 시간만큼 깊고 숙성된 맛을 낼 거라는 기대를 깨고 중간 어느 시점에 맛이 상해버린 와인 같은 남자들을 충분히 목격하고 나면, 그제야 풋내 난다고 생각했던 20대의 남자가 얼마나 빛나는 존재들인지 이해하게 된다.
이종석은 20대다. 인문학적 성찰 따위 근처에도 가본 적 없고, 사회정치적 식견은 고사하고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걱정의 대상인 요즘 20대들이 사랑하는 20대가 이종석이다. 그러나 못나고, 부족하고, 제 밥벌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그들은 각자의 사연이 있고, 이루고 싶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밟히고 꺾인 꿈이 있고, 사랑하고 싶고, 살아남고 싶고,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애들이다. 이종석의 캐릭터들은 그런 요즘 20대의 판타지를 그려낸다. 나랑 다 비슷하고, 자주 나보다 불행한 환경을 겪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그걸 넘어 행복을 이루는 게 이종석의 박수하고, 박훈이고, 최달포다. 우리는 그런 이종석과 20대란 시절을 둘 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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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카무플라주 소매의 레더 블루종 필립 플레인(Philipp Plein), 화이트 셔츠 메사제리에(Messagerie), 블랙 팬츠 씨와이 초이(Cy Choi). 실버 링 에이치알(H.R), 블랙 윙팁 슈즈 닥터마틴(Dr. Martens).

<피노키오>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배우가 스스로에게 만족했는지는 다른 얘기다. 드라마가 잘된 것도 잘된 거지만, 개인적으론 그 이상으로 좋다. 작년 이맘때 슬럼프가 왔다. 연기하는 게 너무 재미없고 힘들다고 처음 느꼈다. <닥터 이방인>도 잘됐다, 사실. 그런데 끝나고 나니까 원톱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힘들었는지 몰라도 너무 지쳤다. 그때 여기서 쉬면 진짜 오래 쉬겠다는 생각을 했다. 좀 쉬어볼까 하다가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 팀이 작품 한다고 해서 ‘이럴 때 쉬면 안 돼’ 하고 시작한 거다.

이종석이 슬럼프에 빠졌다는 건 아무도 몰랐을 것 같다. 워낙 잘되고 있었으니까. 작품과 작품 사이에 공백도 없이 달려왔다. 내 필모그래피를 보니 1년에 평균 두 작품은 했더라. 쉴 새 없이 계속 했는데, 어느 순간 나도 지친 것 같다. 되게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피노키오>로 힐링한 것 같다. 좋은 드라마였던 것 같고.

캐릭터는 어땠나. 사실 처음 시작할 때는 캐릭터에 특별한 구석이 없었다. 강한 트라우마와 사연은 가지고 있었지만 캐릭터 표현에 있어서 특별히 할 만한 게 없어, 작가님이 만들어놓으신 기본적인 설정, 즉 더벅머리라든지 고무신이라든지, 그런 설정들을 따라가다 보니까 가닥이 잡혔다.

정말 당황스러운 설정이었다.(웃음) 그러니까. 웃길 것 같기도 하고, 사실 ‘팬들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도 했다.(웃음) 그래서 4회까지는 모니터링을 못했다. 너무 못생겨서. 내려놓고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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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프린팅 셔츠 닥터마틴(Dr. Martens), 블랙 팬츠 씨와이 초이(Cy Choi), 실버 뱅글, 블랙 스톤 뱅글 모두 에이치알(H.R), 브라운과 네이비 컬러 블록의 크리미 러버 스코노(Skono).

나이도 그렇고 이미지 관리도 하면서 연기를 할 때라는 생각도 든다. 영화 <피 끓는 청춘>도 그렇고, 또래 배우들에 비해 유독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느낌이다. 사람이 매혹적일 때가 그럴 때인 것 같다. 예를 들면 보영 누나(이보영)가 <너목들> 할 때 더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정말 예쁜 사람이 그렇게 망가지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생각보다 너무 빨리 잘되고 있는 거다. 내가 생각했던 미래를 펼쳐봤을 때 어느 정도 이렇게 하고,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려고 했다. 그런데 <너목들>이 너무 잘됐다. 그래서 정말 좋고 감사한 일이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이 거품이 빨리 꺼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너목들> 끝나고 다음 작품을 해야 하는데 너무 부담인 거다. 그냥 연기를 하면 그뿐인데. <피 끓는 청춘>을 할 때도 다 반대를 하긴 했다. 그런데 그 캐릭터가 재미있었다. 연기라는 게 한 사람이 다른 작품에서 연기를 한다고 한들, 이종석이 연기하는 캐릭터이지 않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시대적 배경도 있고 말투, 사투리가 있으니까 조금은 다르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와 보면 잘한 것 같다.

<시크릿 가든>으로 주목받았을 때 변화를 약간 준 비슷한 역할을 몇 번 더, 혹은 몇 년 더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종석은 자기를 유명하게 만든 캐릭터를 버렸다. 그래서 <피노키오> 하고 나서 감독님하고도 그런 얘길 했다. 내가 했던 캐릭터들이 정말 하나같이 양가 부모가 살아 계시지 않고, 사연이 있고, 과거에 아픈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고. 감독님이 ‘너는 남자 배우들이 많이 하는 재벌 캐릭터는 편하게 하겠다’는 얘기를 하시더라. 나는 사연이 있는 캐릭터가 연기를 할 때 회를 거듭할수록 더 재미있는 것 같다. 표현도 그렇고. 더 힘들기도 한데, 그게 익숙하니까.

남들이 힘들다는 캐릭터들을 선호하고, 쉬지도 않고. 피로감이 쌓이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닥터 이방인> 전후로 딱 그랬다. 사는 게 너무 힘든 거.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날인데도 진짜 피곤한 거. 그게 계속 반복됐다. <피노키오> 찍으면서는 한숨 자고 일어나면 개운한 느낌이었다. 그냥 마음의 문제였던 것 같다. 크게 괴로워하면서 고민하지도 않았던 것 같고 흘러가는 대로, 대본 따라서, 감독님 따라서 그렇게 지냈다. 워낙 신뢰하는 사람들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조수원 감독님, 박혜련 작가님은 100% 믿는 분들이고, 리더십도 너무 멋있고 좋다. 대본보다도 그분들 때문에 하게 됐다. 기자라는 소재가 지금까지 다룬 적 없는 소재도 아니고, 잘된 적이 거의 없는 소재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사람들이랑 하는 일이니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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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치워크 데님 셔츠, 블랙 포인트 포켓 화이트 티셔츠, 자연스러운 워싱의 데님 롤업 쇼츠 모두 트루릴리전(True Religion). 블랙 스톤 뱅글, 실버 링 모두 에이치알(H.R), 스트라이프 패턴이 믹스된 데님 소재의 쿨맨 슬립온 스코노(Skono).

영화와 드라마의 비중이 고른 편이다. 안 그래도 <닥터 이방인> 다음에는 영화를 해야지, 생각했는데 <피노키오>까지 하면서 드라마에 치우진 감이 있다. 드라마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 쪽에서는 누가 나를 인정하겠나. 사실은 드라마든 영화 쪽이든 나를 배우로 인정해줄지 둘 다 미지수다. 누군가 나를 봤을 때 스타로서는 인정해도 배우로서도 인정할지, 생각하면 부끄러워진다. 나를 배우로 인정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영화 쪽의 주연급 배우들은 나이도 있고 경험도 많은 편이니까 스스로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비슷한 시기에 A라는 배우랑 B라는 배우가 작품 속 연기만으로 평가되는 게 아니라 독립영화를 계속 해오다 상업영화를 했는데 그게 잘된 경우와 TV를 통해서 잘된 배우를 평가하는 게 다른 것도 있는 것 같다.

유명 배우나 아이돌이 뮤지컬 한다고 할 때처럼? 그게 좀 아쉽다. 나도 영화를 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당장 주연을 하고 싶지는 않다. 데뷔 초반 언젠가 내 나이 서른 즈음까지 아무도 나를 배우로 인정하지 않으면 그만두겠다고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다. 끊임없이 작품을 하긴 하는데, 쪽팔리지 않나 못하면. 잘해야지, 잘해야지만 했던 것 같다. 피노키오가 편했던 건 그런 강박 없이 그냥 했기 때문이다. 현장도 좋고, 사람도 좋고. 아직까지 나는 드라마가 더 좋다. 미친 듯이 죽고 싶게 힘들긴 하다. 후반에는 잠을 두 시간밖에 못 자고 찍으니까. 방향이 처음 시놉시스와 완전히 달라질 때가 있는데도 좋은 건, 회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감정을 이어서 보여줄 수 있다는 거다. 로딩이라고 해야 하나, 아 몸이 달아오르는구나 느껴가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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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풀한 페인팅 프린트의 셔츠, 쇼트 슬리브 니트 톱, 팬츠 모두 디올 옴므(Dior Homme).

매번의 작품 속 인물들은 그냥 이종석 자신처럼 보인다.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맞다. 정말 자연스럽게 연기하는데 연기 같은 사람도 있고. 나는 보통 말할 때 너무 히마리가 없다. 드라마에서는 그래도 열심히 발음하고 대사하려고 노력한다. 60신 중에 내가 욕심내는 신이 2신이면 나머지는 날린다. 그냥 상대 배우를 받아주는 거다. ‘따먹는다’는 표현을 쓰는데, 그래서 나는 회당 2신 정도밖에 따먹지 못한다. 연기가 거지 같을 때도 많고, 내가 왜 그렇게 대충 말했지 할 때도 많은데 그 2신으로 상쇄하는 것 같다.

대충 말했다고? 그보단 힘을 뺀 연기처럼 보인다. 이종석 나이의 배우에게 가장 힘든 것이 힘을 뺀 연기일 것 같은데. 그러려고 노력하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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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간자를 에이어드한 롱 스웨트 톱 노나곤 바이 비이커(nona9on by Beaker), 블랙 쇼트 팬츠 일레븐파리(Eleven Paris), 실버 링 에이치알(H.R), 블랙 레더 슬립온 아쉬(Ash).

신인 배우들과 연기 수업을 같이 듣는다고 들었다. 물론 배우들도 연기 수업 한다. 하지만 누군가와 같이, 그것도 신인 배우들과 한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 그러면서 많이 느는 것 같다. 재미없다, 혼자 하면. 선생님이 대사를 쳐주고 내가 대사를 받으면서 선생님의 코치를 받는 수업도 한다. 하지만 다른 배우들이랑 수업을 하면 그 배우만의 표현이나 억양을 보면서 배우기도 하고, 못하면 못하는 대로 하지 말아야 할 걸 배우게 된다. 처음 신인 배우들이랑 할 때는 활동하던 애가 와서 수업 듣는다니까 얼마나 잘하나 보자, 했던 것 같다. 그게 죽을 만큼 괴롭기는 했다.

이종석은 배짱이 좋나 보다. 배짱 안 좋다. 너무 내성적이다. 연기하는 게 신기하다. 나는 사는 데 낙이 없다. 정말 재미가 없다. 의욕적으로 뭔가를 하는 일 자체가 드물다. 유일하게 연기를 할 때, 그리고 그 작품을 나중에 볼 때 그걸 내가 보고 있는 게 좋다. 연기를 하다 보니까 정말 하기 싫지만 수영도 배워야 되고, 다른 뭐도 배워야 하고. 연기를 계속하면서 수동적인 내가 뭔가를 하게 되는 것도 좋다.

딱히 뭐가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하기에 연기는 힘든 일 아닌가? 연예계에 발을 담그는 건 또 다른 문제고. 왜 연기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됐나? 나도 그게 딜레마고 힘들다. 연기하는 건 좋다. 연예계는 다르다. 사실 그렇게 광고를 찍어야 돈도 많이 벌 것이고, 예를 들어 축하 멘트도 따줘야 하고. 그런 것들. 인터뷰는 내 얘길 하는 거니까 재밌다. 근데 부수적인 것들이 힘들다. 그래도 어쩌겠나.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많이 좋아졌다. 옛날부터 TV 보는 걸 정말 좋아했다. 그런데 중학교 때, 무릎 다치고 인대가 끊어져서 6개월 동안 집에 있으면서 주야장천 드라마를 본 거다. 비가 <풀하우스>에 나오는데 너무 멋있는 거야. 그냥 연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비처럼 되고 싶다, 그게 시작이었다. 어디 가서 쪽팔리긴 싫으니까 잘하려고 용을 쓰는 거다. 방송 나갈 때, 시청자 입장에서 객관화해서 내 연기를 보려고 한다. 어떻게 연기를 저 따위로 할까 생각할 때도 많다. 그게 쪽팔린 거다. 잘해야 돼, 잘해야 돼, 하다 보니까 지친 거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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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프린트 장식 워싱 블루 컬러 집업 후드 점퍼, 그레이 컬러 프린트 티셔츠, 니트가 믹스된 소프트한 재질의 데님 팬츠 모두 트루릴리전(True Religion). 실버 뱅글, 블루 로프 뱅글 모두 에이치알(H.R), 스터드 장식 파이톤 스니커즈 아쉬(Ash).

직업으로 배우는 할 만한 일인 거 같나? 아직 잘 모르겠다. 이상하게 촬영장에서 나는 점점 더 여유도 생기고 편해지는 것 같은데, 하면 할수록 힘들어지는 느낌은 왠지 모르겠다. 왜 선배들이 연기는 할수록 어렵다고 하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거.

어떤 게 어렵나? 욕심이 어렵게 만드는 건가? 그런 거겠지. 좀 더 잘 표현하고 싶고. 대사가 있으면 여기서 이 정도 톤까지 끌어올리고 싶은데 내 발성이 거기까지 안 될 때 짜증이 난다. 빽 질러야 하는데 내 목이 안 될 때.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대사를 눌러서 하게 되는데,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이렇게 해놓고 짜증날 때가 많다.

미안한데, 난 처음 이종석이 등장했을 때 연기를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다들 그런다.(웃음)

목소리도 전형적인 남자 배우 목소리도 아니고, 외모도 강한 남자 배우 캐릭터도 아니고. 그런데 사람들은 이종석이 연기를 잘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이종석 같은 배우는 이종석뿐이다. 내가 봐도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이다. 나는 나이 먹어서 근사한 얼굴이 아니다. 주름지면서 그게 멋있는 얼굴이 아닌 거다. 지금은 어리고 탱탱하니까 괜찮은 얼굴. 그래서 연기를 정말 잘하지 않는 이상 나는 없어질 거다. 그래서 나는 남자 영화를 하고 싶다. 하지만 내가 잘하고 나한테 어울리는 건 멜로에 가깝기 때문에 지금은 그냥 할 수 있는 걸 하자. 그리고 내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자. 그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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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 데님 재킷, 로고 레터링 디자인의 화이트 티셔츠, 빈티지 워싱 바이커 데님 팬츠 모두 트루릴리전(True Religion), 블랙 스톤 뱅글, 레더 뱅글 모두 에이치알(H.R), 블랙 레더 슬립온 아쉬(Ash).

어떤 사람을 좋아하나. 연락을 누구한테도 잘 안 한다. 휴대폰이 두 개인데 둘 다 거의 안 울린다. 극소수하고만 연락한다. 대부분 일 때문이고, 먼저 연락하는 경우도 없고. 사람들 소식은 항상 찾아본다. 김상중 선배님과 유준상 선배님이 너무 좋다. 존경하고 동경하고 사랑하는데 먼저 연락을 못한다. 다만 멀찍이서 행보나 일들을 지켜본다. 조수원 감독님, 박혜련 작가님도 좋지만 연락은 안 한다. 뭘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저녁을 먹을 수도 있고. 그냥 그런 거 때문에. 나는 집에 숨어 있는 게 너무 좋다. 그래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걸 찾아보자고 생각하고 있다.

그건 전형적인 여배우 패턴인데. (웃음) 여기저기 여행을 다녀보려고 한다. 운동도 몸을 만들어야 하니까 하지 그냥은 안 한다. 집에서 TV 보는 게 제일 좋다. 나는 TV 속 세상이 너무 좋다. 그냥 누워 있으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 한다. 다음 날이면 기억도 안 날 생각을 정말 많이 한다. 시간이 진짜 빨리 간다. 멍할 때도 많고. <드래곤볼>에 시간의 방이라는 방이 있다. 거기 있다가 나오면 시간이 별로 안 지나가 있다. 내가 그렇다. 누워 있다가 정신 차리면 3시간이 지나가 있을 때도 있다. 작품을 계속 해서 그동안 여유 있게 살진 않았다. 그게 충전이었고, 그걸로 일했던 것 같다. 이제는 여유 있게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올해는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생각한 게 그거다. 이제 나 쉴 거임, 그게 처음이다.

스스로에 대해 냉철한 편인 것 같다. 단점을 먼저 까서 보여주려고 한다. 인터뷰를 해도 먼저 얘기하려고 하고. 나는 숨기려고 하는데 남들이 먼저 알면 창피하니까. 남의 입으로 내 단점을 듣는 건 너무 수치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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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레더 재킷 메사제리에(Messagerie), 스컬 프린트 티셔츠 필립 플레인(Philipp Plein), 실버 링 에이치알(H.R), 슬림 핏 스트레이트 데님 팬츠 트루릴리전(True Religion).

슬럼프 얘기로 돌아가보자. 이번 드라마가 휴식 같았다고 하지만, 너무 일찍 완전히 방전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는 것 아닌가? 나는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가 아니다. 다작을 하면서 빨리 성장을 했다고 볼 순 있겠지만 남들처럼 작은 역할로 시작해 연기를 하면서 서서히 배우고, 독립영화를 찍고 뮤지컬 하는 배우들처럼 기본기가 좋은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하다가 바닥이 드러나고 다시 채우면서 해나가는데 내 에너지를 다 썼다는 생각을 했던 때가 있는 것 같다. 그게 작년이다. 할 수 있는 게 더 이상 없는 거. 이제는 감정을 어떻게 쓰는 건지 알게 됐다. 처음에는 울기 위해서 감정을 잡으려고 아침부터 음악 듣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냥도 울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뭔가 더 해야 할 것 같은 거다. 그 전에는 눈물을 보여주면 슬픔이 표현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여기서 더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게 된다.

연기를 잘한다는 게 뭘까. 잘 모르겠는데 참 희한한 건 가수들도 감정 위주로 노래하는 사람, 고음으로 가는 사람이 있는데 경연 프로그램 보면 1등은 고음으로 승부하는 가수들이더라. 연기도 격정적인 감정 신을 잘 표현하는 게 연기를 잘하는 것인가, 아니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섬세하게 하는 게 맞는 걸까. 나는 분노를 꾹꾹 눌러 담는 게 더 하기는 힘든데. 잘 모르겠다. 연기를 잘한다는 기준이 뭔지 아직 못 찾았다. 그걸 찾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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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fair to Re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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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비 스트라이프 수트 지고트, 아이보리 펌프스 힐 모노바비, 실버 네크리스 아가타, 실버 워치 로즈몽 by 갤러리어 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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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슬리브의 블랙 원피스 질스튜어트, 골드 링 스타일러스.

MAGGEN BACKPACK

부드러운 질감의 가죽 소재와 골드 메탈 지퍼 디테일이 스퀘어 모양의 디자인을 더욱 비즈니스 스타일로 돋보이게 한다. 뒷 쪽의 포켓 디테일은 실용성을 더한 쌤소나이트 레드만의 스마트한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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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치 코트 아이잗 컬렉션, 메탈 워치 미쉘 에블랑 by 갤러리어 클락.

MAGGEN BRIEFCASE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브리프 케이스. 메인 지퍼가 뒷면에 있어 물건을 쉽고 안전하게 수납할 수 있다.

“가을이면 즐겨 입는 트렌치 코트에 심플하고 모던한 토트 백 하나만 스타일링해도 도회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죠.” – 걸스데이 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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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비 베스트 봄빅스 엠 무어, 아이보리 셔츠 아보아보, 네이비 쇼츠 레니본, 민트 컬러 워치 로즈몽 by 갤러리어클락.

SEGGIO BACKPACK

남녀 모두에게 실용적인 비즈니스 캐주얼 라인 쎄지오. 소재부터 디테일까지 심플하고 모던한 것이 특징이다. 군더더기 없는 스퀘어 디자인에 잠금 디테일, 플랩의 불균형한 디테일이 포인트. 특히 앞면의 포켓은 카드를 손쉽게 수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토트와 백팩 두가지 연출이 가능한 투웨이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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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 소재의 블랙 스트라이프 셔츠 타미힐피거, 블랙 팬츠 구호, 파이톤 패턴 펌프스힐 데일라잇, 손가락에 스타일링한 링, 실버브레이슬릿 모두 마이 믹스드 디자인, 체인 브레이슬릿 러브캣, 블랙 레더 워치 로즈몽 by 갤러리어 클락.

TIANA TOTE

미니멀하면서도 절제된 디자인이 돋보이는 토트 백. 나일론과 PU 소재를 사용해 가볍고 산뜻해서 데일리 백으로 사용해도 좋다. 고급스러운 소재감에 적당한 크기의 토트 백 포켓 장식으로 실용성까지 더한 스타일. 숄더와 토트 두 가지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

“미니멀하면서도 절제된 디자인이야말로 시대가 흘러도 언제나 사랑받는 ‘클래식’ 인 것 같아요.” – 걸스데이 민아

affair to remember
플라워 레이스 패턴 원피스 레니본, 손가락에 스타일링한 링(순서대로), 실버드롭 링 아이그너 by 쥼, 블루스톤링 뚜아후아 by 쥼, 로즈골드 드롭링_로즈몽 by 쥼, 골드 링 로즈몽 by 쥼, 골드 워치 미쉘 에블랑 by 갤러리어 클락.

TRUPE CLUTCH

멀티 포켓 디테일과 심플한 스퀘어 모양이 특징인 트루페 클러치는 가장 클래식한 비즈니스 라인중의 하나.볼륨 포켓과 오픈 포켓 외에도 카드 포켓과 펜 꽂이까지 세심하게 디자인돼 수납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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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진의 평범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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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브리스 톱 에이치앤엠(H&M).

건강하고 상식적인 세계가 그립다. 평화롭고 일상적인 삶을 지키는 게 기적처럼 느껴지는 세상을 버티고 살아내야 하는 고단함이 그렇게 만들었다. 영화보다 영화 같은 현실 탓인지 드라마가 밍밍하고 지루해진 지도 꽤 됐다. 웬만하면 안 본다. 재미없어서 못 보겠다. 그러다 문득 <식샤를 합시다 2>(이하 <식샤>)를 챙겨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먹방의 드라마 버전인 줄 알았는데, 보다 보니 판타지다. 이런저런 이유로 혼자 살아가는 드라마 속 사람들은 평범한 밥 한 끼로 위로받고, 화해하고, 가까워진다. 부자가 아닌데도 잘 산다. 평균치의 삶에서 누락되지 않기 위해 삭막함과 외로움을 견디며 사는 대신 어울려 산다. 아픈 현실이 만든 판타지다.

그러다 서현진을 발견했다. 그전까지 서현진은 사극에서 몇 번 본 게 다였고,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줄은 몰랐다. 촌스럽고, 주책없고, 가난한 대식가인 ‘백수지’는 자칫 비현실적인 코믹 캐릭터가 될 수 있었다. 얼굴 예쁘고 대사를 책처럼 읽는 배우가 연기했다면 그랬을 거다. 서현진은 세련된 맛이라고는 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백수지를 어딘가 진짜 살고 있는 것 같은 여자로 만들었다. 서현진은 백수지랑 곱창 좋아하는 건 닮았지만, 여행에서 만난 아이슬란드의 대지를 누가 할퀸 것 같은 땅이라고 묘사하는 여행자고,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한 문장도 놓치고 싶지 않아 아껴 읽는 독서가라는 건 다르다. 그리고 그녀는 현장의 사람들과 맺는 살가운 관계가 어떻게 자신을 풍성하게 해주는지 아는 배우다. 가까이에 있는데 알아보지 못했던 그녀와 만나서 기쁘다. 그리고 나는 하정우의 먹방보다 서현진의 먹방이 더 좋다. 혼자 먹는 밥보다는 같이 먹는 밥이 더 맛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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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한 아이보리 티셔츠 그레이 양(Grey Yang), 레이스 쇼츠 조셉(Joseph).

화보 촬영이 어색한가보다. 더 씩씩하고 밝을 줄 알았다. 재미있게 찍는다고 찍었는데 내가 어색해해서 힘들었겠다.(웃음) 낯을 좀 가린다. 그래도 한 번 보는 거랑, 두 번 보는 게 다르다. 다음번엔 더 나을 거다.

드라마가 성공했다. 시즌 1이 먹방 드라마였다면, 시즌 2는 관계에 관한 얘기다. 촬영 현장 분위기가 그대로 간 것 같다. 이런 현장이 없을 거라고 느꼈다. 종방연 때 은지(조은지) 언니가 서른 편이 넘게 작품을 했는데 이런 현장이 없었다고 하더라. 아주 특별했다. 마지막 3주까지는 일주일에 네 차례 촬영했고, 한 번도 새벽 2시를 넘긴 적도 없고, 그러니까 다 컨디션이 좋고, 웃는 얼굴로 만나고, 콘티도 완벽했다. 사실 드라마는 그런 경우가 흔치 않은데 이번엔 기분 좋게 가서 연기만 잘하면 됐다. 체력적으로 부침이 없었고. 감독님들도 기분 좋게 일하는 걸 중시했다. 끝나고 왜 그렇게 좋았을까 생각해보니 함께 한 사람들이 전부 이상주의자였던 것 같다. 다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고, 그게 느껴져서 즐겁게 했다.

캐스팅을 보고 좀 의아했다. 왜 서현진이지? 사실 원래 성격이 훨씬 활발하고 우악스러워서 나는 위화감이 없는데, 보는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실 줄 알았다. 워낙 입 다물고 있으면 얌전해 보인다고도 하고, 그동안 맡은 역할들도 그렇고. 작가님의 의견이었다고 들었다. <제왕의 딸, 수백향>(이하 <수백향>)을 재미있게 보셨다더라.

백수지는 전형성이 강한 캐릭터다. 동그란 뿔테 안경 쓰고 히키코모리 기질도 있어 보이는 가난한 작가. 작위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백수지랑 금방 친해졌다. 캐릭터에 인간미를 입히는 건 배우다. 서현진의 백수지는 어떤 사람인가? 일단 사람들이 ‘아, 진짜 쟤 때문에 못 살아’ 하길 바랐다. 그 애 때문에 창피하지만 밉지는 않은 애. 푼수여서. 그런데 같이 있으면 볼륨 조절 안 되는 사람. 본인은 모른다. 내가 좀 그렇다. 그런데 백수지가 그런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 간의 거리를 잘 못 재는 사람. 어려운 사람은 너무 어려워하고, 가까운 사람한테는 정도껏 해야 하는데 과하고. 그래서 재미있었다.

서현진의 먹는 연기에 홀딱 반했다. 먹으면서 감탄사처럼 치는 대사가 얼마나 차진지 깜짝 놀랐다. 대사는 전부 대본에 있는 거였나? 정보 전달 대사 말고 추임새는 백 퍼센트 애드리브다. 다른 애드리브는 더러 준비하기도 했는데, 먹는 장면 애드리브는 미리 준비할 수가 없더라. 다행인 건, 나도 대식가고, 먹는 걸 워낙 좋아한다. 많이 먹어본 사람이 안다. 맛있는 거 먹을 때 어떤 말이 나오는지. 드라마 시작하기 전에 사람들 먹는 걸 많이 관찰했다. 생각보다 더 넋 놓고 먹는다. 눈에 초점이 없다. 맛있는 거 먹을 때는 다들 그렇게 먹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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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브래지어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Calvin Klein Underwear), 화이트 롱 플레어스커트 래비티(Rabbitti),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늘은 아는 스태프도 많은 화보 촬영인데도 많이 어색해했다. 드라마 스태프는 숫자도 훨씬 많을 텐데 애드리브, 그것도 맛있어서 나오는 애드리브를 친다는 게 신기하다. 화보는 내 영역이 아니니까.(웃음) 그런데 촬영 현장에 있을 때는 진짜 좋다. 연기하는 것도 좋지만, 나는 촬영장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다. 촬영장에서 노닥거릴 때가 제일 좋다.

뭐가 그렇게 좋은데? 수백향 때 김민교씨랑 밤새면서 얘기한 적이 있다. 실제로 있지도 않은 얘기 찍겠다고 다 큰 어른들이 모여서 고생한다고. 그게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인 것 같다. 있지도 않은 허구의 얘기를 만들어보겠다고 다 큰 어른들이 모여서 아웅다웅하는 게 참 좋다. 다 바보들 같아서.(웃음)

미안하다. 서현진이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 줄 몰랐다. 많이들 그랬을 거다. 억울했겠다. 전혀. 나는 촬영장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 사실 이번 드라마 이전에는 모니터도 거의 안 했다. 못한다. 보면 단점만 보여서 땅 파고 들어가는 스타일이라 다음 현장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자신감이 없어져서. 늘 촬영장이 좋았다. 매니저 언니는 나더러 촬영장 막내 스태프였어도 좋아했을 거라고 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연기를 한 건 아니니까.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뮤지컬을 하게 됐다. 대본이라는 걸 읽어본 적이 없어 대본 봐주시는 선생님을 찾아갔다. 그 선생님이 나랑 참 잘 맞았다. 독설가에 절대 잘한다는 말 안 하고. 처음 독백을 준비해 가서 읽는데 그 독백을 너처럼 서럽게 읽는 애는 처음 본다고 하시더라. 나는 그 얘기가 칭찬처럼 들렸다. 그래서 선생님한테 칭찬받으려고 4년을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찾아갔다. 대학 다녔다고 생각한다 그때. 연기가 좋아서도 아니고 칭찬받으려고. 그냥 안 해본 거 한번 해보려고 했던 건데. 무용도 하고 노래도 했는데, 연기가 가장 단시간에 칭찬받은 장르였던 거다. 그래서 계속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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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의 매력은 뭔가? 가족들은 나한테 감정적인 결벽증이 있다고 한다. 옳고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은 욕구가 지나치게 강하다는 거다. 그렇게 살지는 못하지만. 그걸 흐트러뜨릴 수 있는 공인된 자리니까 그게 좋다. 막 할 수 있어서. 평소에는 막 할 수 없으니까.

그래도 연기할 기회를 얻기까지 오래 걸렸다. 그룹 밀크 그만두고 연기자로 제대로 설 때까지 10년이 걸렸다. 다른 거 하라는 권유도 많이 받았다. 부모님도 7~8년째 되니까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정작 난 네 살 때부터 무용을 해서 한 번도 인문계 쪽에 있었던 적이 없고, 다른 거 할 자신이 없는 거다. 그래서 막연하게 시간을 보냈다.

막연하게 시간을 보내기에 20대는 불안한 게 많을 때다. 시작해야 하는 나이니까. 힘들었다. 지금은 필요한 시간이었고, 그 시절에 잃은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때 얻은 게 너무 많아서. 그런데 분명히 힘들었다. 정말 다행이다. 연기는 하고 싶다고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니까.

다른 캐릭터를 만났을 때는 어떤 연기를 보여주게 될지 궁금해졌다. 그만큼 잘했다. 다음에 못할까봐 무섭다. 늘 한 발 빼고 있었던 것 같다. 언제든 이게 아닌 다른 걸 할 수 있어. 시골 가서 농사짓고 살 수도 있어. 그렇게 생각했다. 실제로 자연 속에서 사는 걸 아주 좋아한다. 작년 말에 굉장히 아팠다. 그 와중에 미팅을 하고, 얼떨결에 등 떠밀려 시작하게 된 드라마다. 하면서 이렇게 좋기만 했던 적이 없다. 그래서 처음으로 두 발 담근 작품이다. 아프면서 이 일을 더는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연기 패턴은 아마 이전과 같을 거다. 다른 게 있다면 그건 두 발을 모두 담근 내 태도에서 온 것이다. 그동안 직업란에 배우라고 써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럼 뭐? 프리랜서. 몇 년 전까지는 학생 또는 무직. 배우가 될 수 있는지 좀 더 궁금해해봐도 되겠구나 생각했다.

요즘 생각이 많겠다. 그냥 잘한다고 하니까 무섭다. 다음에는 기대치를 못 채우면 어쩌지. 하던 거 했는데 잘한다고 했고, 하던 거 했는데 못한다고 하면 어쩌나. 다음에도 좋은 사람들 만났으면 좋겠다. 그건 천운인 것 같다. 자기 작품이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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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컬러 톱 월포드(Wolford), 화이트 팬츠 서리얼 벗 나이스(Surreal but Nice), 스니커즈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

짧은 걸 그룹 활동에 긴 공백기를 보냈으니 사람한테 실망할 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실망하고 나서 알게 된 게 사람을 귀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거다. 그 전에는 실망할 때 제대로 못 봤다. 스태프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직함만 있는 거다. 서로. 연기자와 스태프, 가수와 스태프, 현장에서 인간적인 관계를 맺으면 이렇게 풍성해질 수 있구나, 그걸 <수백향> 하면서 배웠다. 잠을 못 자서 너무 힘들 때 스태프들이 장난 한 번 걸어주면 그게 그렇게 고마웠다. 그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힘을 받았다. 현장에 어떤 모습으로 있으면 내가 행복한지 그때 알았다. 그래서 <삼총사>도 좋았고, <식샤>는 더더욱 좋았고.

욕심나는 캐릭터가 있나? 캐릭터는 없고, 장르로는 멜로에 정말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이제 멜로를 해보고 싶다.

<식샤>에도 멜로 있다. 수박 겉 핥다 끝났지 않았나.

너무 안 가긴 했다. 제대로 만져보지도 못하고. 그니깐.(웃음)

스페인으로 여행을 간다고 들었다. <식샤>의 리얼리티 버전 같은 거다. 친구랑 여행 다니고, 맛있는 거 먹고, 다니면서 낯선 사람이 끼기도 하고, 그러면서 친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스페인은 처음인가? 작년에 다녀왔다. 하지만 여행 마지막 코스라 그로기 상태였다. 많이 못 봤다.

여행을 좋아하나? 굉장히 좋아한다. 버킷 리스트 1, 2, 3위가 어디 가고 싶다는 거다. 일단은 아이슬란드 내륙 지방에 가보고 싶다.

아이슬란드? 왜? 거긴 가본 적 없는 땅이다. 아이슬란드 바깥쪽 일주는 했다.

오, 여행을 참 많이 다니나보다. 많이 다니진 않고, 오지를 좋아한다. 태초의 땅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

일찍 결혼하긴 틀렸다. 요번 생은 망했다.(웃음) 아이슬란드 외곽도 멋졌다. 하루 9시간을 여행해도 피곤하지 않을 정도로 화각도 넓고 땅이 누가 손으로 할퀴어놓은 것처럼 생겼다. 본 적 없는 모습이다. 산이 평범한 산 모양이 아니다. 내륙은 더 놀랍다고 하는데 차가 사륜구동이 아니어서 못 갔다. 아프리카도 가보고 싶고, 그랜드캐니언 협곡 트레킹도 해보고 싶다. 사막에서 별도 보고 싶고,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에도 가야겠고, 가고 싶은 데가 너무 많다.

보편적인 20~30대 여자의 여행 취향은 아니네? 여행은 누구랑 다니나? 작년엔 매니저 언니랑.

이런, 서현진 매니저는 극한 직업이다. 하하하, 아니라고 할 수가 없다. 시간을 그렇게 길게 낼 수 있는 친구가 별로 없고, 여행 코드도 맞아야 하니까. 그래서 외국어를 배우고 있다. 현지에서 친구를 만날 수 있으니까. 나는 혼자보다 같이 하는 여행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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