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의 한적한 골목을 걷다

art & design

CAFE MOKA

건축가의 사적인 공간

일본의 전통적인 감성과 현대미술의 영감이 조화를 이룬 인테리어 디자인 을 선보이는 오사카 출신 실내 건축가 가와카미 도모노부가 만든 공간을 찾았다. 1백10년 된 전통 가옥을 직접 개조한 ‘카페 모카(café moka)’다. 오래된 나무 집이 잔잔한 일본 영화 속으로 들어온 듯 묘한 감상을 안기는 데, 안으로 들어서면 옛집의 서까래와 기둥을 그대로 살린 구조에 먼저 눈 길이 간다. 이곳엔 일본의 신진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작은 전시 공간과, 앞마당과 연결된 넓은 창 옆에 자리한 카페 그리고 가와카미 도모 노부의 취향으로 고른 아트 소품을 진열해둔 아트숍이 마련돼 있다. 오래 전부터 수많은 사람의 손길을 거친 이 공간의 색깔을 그대로 지켜주고 싶 었다는 건축가의 마음이 곳곳에 묻어 있어 더욱 애착이 가는 곳이다.

  • 주소 이바라키 시 에키마에 1-8-28
  • 문의 +81-72-621-6953
  • 영업시간 11:00~19:00, 수요일 휴업

 

 

GRAF

디자이너의 라이프스타일

‘그라프(graf)’에는 여러 작가가 만든 다양한 디자인 제품이 공간 여기저기에 자연스럽 게 툭툭 놓여 있어 작품의 디테일은 물론 그 자체에서 풍기는 분위기까지 속속들이 구 경하는 기분이 든다. 천장이 높은 구조가 멋스러운 공간에 다양한 인테리어 제품이 가 득한데, 마치 작가의 아틀리에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 스며드는 햇볕마저도 꾸밈없이 예쁘다. 주로 나무 가구, 키친웨어 그리고 예쁜 패키지에 담긴 식료품을 볼 수 있다. 특 히 매끈한 곡선이 돋보이는 스툴과 예쁜 패턴이 그려진 접시 세트, 둥근 조명 펜던트는 당장이라도 집에 가져가 소장하고 싶을 만큼 근사하다. 디자이너들의 생각이 자유롭게 표현된 라이프스타일 숍은 그들의 디자인에 담긴 예술적 영감까지 궁금해지게 만든다.

  • 주소 오사카 시 기타 구 나카노시마 4-1-9
  • 문의 +81-6-6459-2100
  • 영업시간 11:00~19:00, 월요일 휴업

 

 

 

NIFREL

예술적인 아쿠아리움

지난 11월 오사카 엑스포시티에 새롭게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니프렐’. 이곳에는 곡선 형태의 디 자인이 독특한 수족관부터 푸른 지구를 닮은 설 치미술 작품까지 다채로운 시설이 마련되어 있 다. 1층의 수족관에서는 이곳저곳 구경하느라 눈이 바빠지는데, 관람 순서를 따라 더 깊숙이 들어가 거대한 설치 작품 ‘Wonder Moments’ 가 전시된 방에 도착하면 탄성이 절로 새어 나온 다. 무려 지름 5m에 이르는 둥근 구에 시시각각 변하는 신비로운 영상을 투시해 우주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이 설치물은 빛 을 소재로 한 예술 세계를 선보이는 일본 아티스 트 마쓰오 다카히로의 작품이다. 총 16개의 영 상이 화려하게 펼쳐지는데, 작품 바로 아래 서면 빛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 주소 스이타시 센리반바쿠고엔 2-1 엑스포시티
  • 문의 +81-570-022060
  • 영업시간 11:00~19:00, 월요일 휴업

 

 

nightlife

ROOFTOP BAR OO

달빛 아래 뜨거운 파티

낯선 여행지에서 현지인과 즐기는 한밤중의 파티라니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복잡한 도톤보리 뒷골목의 한 건물 옥상에 자리한 ‘루프톱 바 우’는 색색의 조명으로 꾸민 실내 공간, 수영장과 DJ 스테이지가 설치된 넓은 옥상 테라스로 공간이 나뉘어 있다. 여름이면 풀사이드 파티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늦은 밤에는 신나는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울려 퍼지고 자정이 가까워질수록 파티 분위기는 점점 고조된다. 사케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 사무라이는 일본주 특유의 부드러운 맛이 느껴져 천천히 음미하기 좋고, 테라스의 텃밭에서 직접 키운 민트를 넣은 오가닉 모히토는 여러 잔 마셔도 질리지 않을 만큼 상쾌한 맛이 훌륭하다. 오사카의 밤하늘 아래 즐기는 뜨거운 파티, 오랜만에 즐겨보는 자유로운 일탈이다.

  • 주소 오사카시 주오구 도톤보리 2-3-28 뉴재팬빌딩 7층
  • 문의 +81-50-5797-8336
  • 영업시간 20:00~03:00, 화요일 휴업

 

 

AGEHA

아담하고 따뜻한 술집

오사카를 찾으면 꼭 맛 보아야 할 음식 중 하나인 구시카쓰. 소고기와 생선부터 버섯, 양파 등의 갖가지 채소를 간사이 지방의 특별한 비법으로 튀긴 요리다. 작은 뒷골목 분위기가 아기자기한 오하쓰텐진 우라산도 길의 여러 식당들 사이에 자리 잡은 ‘아게하’는 구시카쓰와 다채로운 샐러드를 맛볼 수 있는 가게다. 25가지가 넘는 재료들 중 골라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튀겨 내온다. 통통한 새우, 아삭한 식감을 그대로 살린 아스파라거스, 성게알 소스를 더해 튀긴 채소 오쿠라는 아게하에서 꼭 맛보아야 할 구시카쓰 메뉴들이다. 과일을 갈아 넣은 칵테일, 달달한 하이볼 한잔과 곁들이기 좋다. 도란도란 모여 앉아 늦은 저녁 식사를 즐기다 보면 기분 좋게 나른한 취기가 느껴진다.

  • 주소 오사카시 기타구 소네자키 2-9-18 오하츠텐진 우라산도
  • 문의 +81-6-6360-7112
  • 영업시간 17:00~02:00

restaurant

GENPIN FUGU

독이 없는 복어의 한 종류인 ‘도라후구’를 회, 튀김, 구이 등 다양하게 조리한 요리를 내오는 ‘겐 핀 후구’는 대중적인 복어 요리를 선보이는 식당 중 하나다. 애피타이저로 준비되는 복어 껍질 회 ‘유비기’는 특유의 쫄깃한 식감과 새콤한 폰즈 소스의 조화가 훌륭하고, 신선한 복어회에 아삭한 배추를 곁들인 ‘부쓰사시’는 담백한 맛으로 입맛을 돋운다. 바삭하게 튀긴 복어 튀김 ‘후구 가라아게’까지 즐겼다면 뜨끈한 국물이 몸을 녹여주는 복어 맑은탕 ‘뎃치리’로 든든하게 마무리해볼 것. 제법 합리적인 가격으로 풍성한 구성의 복어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으니 빡빡한 여행 일정에 지친 날 찾아 에너지를 충전하기에 제격이다.

  • 주소 오사카시 주오구 히가시신사이바시 1-15-15 B1F
  • 문의 +81-6-6245-5429
  • 영업시간 17:00~23:00

 

 

 

AIR SHIP

이토록 낭만적인 프렌치 퀴진

길거리의 전광이 모여 만들어내는 알록달록한 빛깔과 넘실대는 바다가 어우러진 오사카의 근사한 풍경을 내려다보며 고급스러운 프렌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베이 타워 호텔 건물 51층에 자리 잡은 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 ‘에어 십(Air Ship)’이다. 10가지 제철 요리가 준비되는 디너 코스를 즐기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다시 찾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부드럽게 구운 일본산 와규 스테이크는 물론, 갖가지 채소와 환상적인 앙상블을 이루는 랍스터 요리 또한 일품이다. 날씨가 쾌청하다면 간단하게 점심을 먹으며 오사카의 파란 하늘과 이국적인 도시의 전경을 감상해봐도 좋다. 디너 코스를 즐기고 싶다면 날이 어두워진 늦은 저녁 시간보다는 노을이 내려앉는 오후 6시 무렵으로 예약하길 권한다.

  • 주소 오사카시 미나토구 벤텐 1-2-1 호텔오사카베이타워 51층
  • 문의 +81-6-6577-1101
  • 영업시간 1:30~15:00(런치), 18:00~21:00(디너), 18:00~24:00(바)

cafe

NAKANOSHIMA DESIGN MUSEUM DE SIGN DE > DE SIGN DE > CAFÉ

강물과 맞닿은 카페

혼자서 오사카 여행을 떠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 ‘드 사인 드 갤러리(Nakanoshima Design Museum de sign de>)’와 ‘드 사인 드 카페(de sign de > café)’다. 오사카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도지마강과 도사보리강 사이에 자리한 작은 섬 나카노시마에는 카페와 디자인 숍이 강을 따라 즐비한데, 그중 아트 갤러리와 카페가 함께 마련된 이 곳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완벽한 공간이다. 1층의 카페에서는 간단한 식사까지 즐길 수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다양한 주제의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전시 공간과 카페에서 종종 일본 뮤지션의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니 공식 사이트를 눈여겨봐두었다가 여행 스케줄을 짤때 참고해야 할 것 같다.

  • 주소 오사카시 기타구 나카노시마 5-3-56 나카노시마 뱅크스 EAST
  • 문의 카페: +81-6-6443-3375 / 갤러리: +81-6-6444-4704
  • 영업시간 카페: 11:30~22:00(화~토요일), 11:30~20:00(일요일), 월요일 휴업 / 갤러리: 10:00~19:00

 

 

 

SATURDAYS SURF NYC OSAKA

트렌드세터들이 모이는 곳

미나미센바는 얼마 전부터 아늑한 분위기의 작은 가게들이 연이어 문을 열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동네다. 이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가게는 ‘새터데이즈 서프’. 통유리 창 너머로 길다란 나무 테이블, 색색의 서프보드, 그리고 다양한 패션 아이템이 눈에 들어오는 이곳은 패션 브랜드 ‘Saturdays Surf NYC’의 숍이자 카페다. 계절에 따라 다르게 선보이는 도넛과 커피를 맛볼 수 있는 1층 카페, 여러 패션 아이템부터 아트북, 디퓨저 등의 디자인 소품까지 구경할 거리가 가득한 2층 숍으로 나뉘어 있다. 일본의 패션 피플이 모여든다는 이곳에서는 오사카의 최신 트렌드를 한눈에 읽으며 티타임을 만끽할 수 있다.

  • 주소 오사카시 주오구 미나미센바 4-13-22
  • 문의 +81-6-4963-3711
  • 영업시간 카페: 09:00~20:00, 쇼룸: 11:00~20:00

 

 

 

KASHI KASHI

진심을 담은 홍차

혼자 카페를 운영하는 여주인이 정성스럽게 우려낸 홍차와 손수 구운 케이크를 정갈하게 담아 내온다. 작고 낮은 주택의 1층에 자리한 ‘가시 가시(Kashi Kashi)’는 어릴 적부터 자신만의 카페를 만들고 싶었던 구로카와 다즈코의 꿈이 이뤄진 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길고 좋은 공간을 색다르게 연출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바람의 춤’이라는 주제로 디자인한 내부에는 바람의 흐름을 형상화한 곡선을 따라 얇은 나무 기둥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홍차 향기가 은은하게 느껴지는 창가에 앉아 케이크를 맛보니 감성적인 기분에 사로잡힌다. 시내에서 떨어진 근교의 한적한 마을을 천천히 걷다 보면 가시 가시에서 느낀 바람의 흐름이 더욱 달콤하게 다가온다.

  • 주소 다카츠키 시 아쿠타가와 초 3-9-13
  • 문의 +81-50-1338-7813
  • 영업시간 11:00~18:00, 일~화요일 휴업

 

 

COOPERATION: 오사카관광국·(주)인페인터글로벌

해외 아티스트의 인스타그램

Jean Jullien 그림 세상 

프랑스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장 줄리앙(Jean Jullien). 그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이미지는 하나같이 현대사회에 대한 이야기,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 파리테러사건이 벌어졌을 때 처음으로 ‘Peace for Paris’라는 일러스트 작품을 올려 세계 곳곳의 많은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리그램(Regram)하기도 했다. 장 줄리앙의 더 많은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www.jeanjullien.com를 둘러볼 것.

출처: Jean Jullien의 인스타그램(@jean_jullien)

 

Elisabeth Dunker 어느 멋진  

북유럽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파인 리틀 데이(Fine Little Day)를 운영하는 스웨덴 출신의 비주얼 아티스트 엘리자베스 던커. 그녀가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을 따라 사진을 감상하다 보면 금세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그녀와 함께 사는 고양이들을 찍은 사진, 직접 만든 그릇이나 독특한 패턴 디자인이 돋보이는 이미지까지. 북유럽의 아름다운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브랜드 Fine Little Day의 공식 웹사이트 또한 찾아가보길 추천한다. www.finelittleday.com

출처: Elisabeth Dunker의 인스타그램(@finelittleday)

 

Emily Blincoe 사물을 보는 시각 

미국 텍사스 출신의 여성 사진작가 에밀리 블링코(Emily Blincoe)의 인스타그램이다. 크기에 따라 또는 색깔에 따라 비슷한 종류의 사물을 배열해 완성한 독특한 구도의 사진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알록달록한 작품을 살펴보다 곳곳에서 마주치는 그녀의 경쾌한 일상사진이 반갑다. 가족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 평화로운 날들을 만끽하는 기분 좋은 이미지가 눈길을 끈다. 에밀리 블링코의 이색적인 작품세계를 만나보고 싶다면 www.emilyblincoe.com에 접속해보자.

출처: Emily Blincoe의 인스타그램(@emilyblinc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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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 미치겠다

외로워 미치겠다

내가 솔로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소개팅은 들어오는 대로 이따금 했다. 불금에 친구들과 술 한잔할 때면 주변 테이블을 슬쩍 살피기도 했다. 그뿐이었다. 여초 회사에 다니는 내 행동반경엔 일단 남자 자체가 드물다. 유일하게 외간 남자들과 정기적으로 마주치게 되는 곳이 헬스장이지만 몸매 관리보다는 기초 체력 증진이 더 시급한 복부비만형 회원 중 한 사람으로서, 썸은 고사하고 눈빛 한번 교환할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나 자신을 비하하자는 게 아니다. 하지만 헬스장에 다녀본 사람은 무 슨 뜻인지 알 것이다. 복숭아처럼 발갛게 상기된 게 아니라, 백주대낮에 막걸리를 걸친 양 시뻘건 얼굴을 하고 러닝머신 위에서 고통스러운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매력적이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여차여차해서 결국 나는 남자친구 없이 새해를 맞이할 참이다.

독립적인 성향의 P는 해외 출장이 잦은 프리랜서다. 그녀는 사랑꾼이다. P는 출장 때 모으는 마일리지로 종종 비행기를 타고 훌쩍 떠났다. 동행은 없다. 동행은 현지에서 만든다는 게 철칙이었기 때문이다. P에겐 여행지에서의 로맨스라는 오랜 꿈이 있었다. 나와 다른 친구들은 너무 위험하다, 현실성이 없다 등 갖가지 이유를 들어 그녀의 꿈을 꺾으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그녀도 막무가내는 아니고, 나름 전략이 있었다. 숙소로는 해외에서 유학 중이거나 이민을 간 친구가 사는 곳이 1순위였다. 숙박비를 절약하는 건 물론이고, 그 친구를 통해 여행지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다. 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혀를 차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놀랍게도 P는 지난겨울 미국에서 자신의 짝을 만났다. 추수감사절 기간에 맞추어 놀러 간 친구 집에서 열린 칠면조 파티에서였다. 상대는 변호사 시험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던 법학도인 옆집 청년이었다. 1년 가까이 장거리 연애를 하던 그들은 최근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에 들어갔다. 남자도 얻고 꿈도 이룬 P는 그야말로 영화 같은 해피 엔딩을 맞았다.

그러고 보면 근면 성실이 성공의 열쇠라는 건 연애에도 통하는 모양이다. K는 가로수길 근처에 있는 회사에 다닌다. 하지만 그녀는 종종 맛집이 즐비한 회사 근처를 두고 퇴근 후 술을 마시러 혼자 굳이 여의도까지 간다. 친구와 약속을 잡을 때도 있지만 혼자 가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하나다. 직장인들이 몰려 있는 그 곳에서 이루어질 우연한 만남을 기대하는 것이다. 자주 들르는 술집도 있다. 테이블보다 혼자 앉는 바의 비중이 더 큰 선술집이다(삼삼오오 모여서 회식 분위기를 연출하는 강남의 이자카야와는 다른 푸근한 분위기 때문에 혼자 오는 비즈니스맨들이 제법 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K의 못 말리는 ‘원정 음주’는 실제로 몇 번의 소소한 결실로 이어졌다. K는 요새 은근히 자신을 따라나서려는 직장 동료들이 있지만, 이건 퇴근 후의 업무 스트레스를 맥주 한잔과 함께 가볍게 털어내는 당당한 커리어 우먼처럼 보이는 게 포인트라며 여전히 혼자 가는 것을 고수하고 있다. 자주적으로 보일지 사연 있는 여자로 보일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어쨌든 그녀의 적극성은 부러움을 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한편 20대 초반의 후배 M은 최근 앱스토어에 난립하는 수많은 소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돌려가며 이용해보는 중이다. 희망하는 타입을 적어 넣으면 매일 그에 맞는 남자 회원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평소 목소리 좋은 남자가 이상형이던 M에게는 문자를 쓰는 대신 서로 말소리를 녹음해 채팅을 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주효했다. 의외로 멀쩡한(?) 사람이 많다는 M의 말에 혹 해서 다운받으러 들어갔지만 곧 마음을 접었다. 앱 리뷰난에는 채팅을 했던 상대방의 아이디를 언급하며 이미 연락이 끊긴 이성을 애타게 찾거나 혹은 상대의 냉정함을 비난하는 회원들의 글이 종종 눈에 띄었다. 그걸 본 나는 짠한 마음을 감출 수 없음과 동시에, 앱 리뷰 페이지에 등장하는 연애를 하기엔 내가 너무 구식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모르겠다. 외롭다고 투정은 부리면서도 특별히 조치를 취할 생각도 하지 않는 나는 그녀들의 기준으로는 퍽 게으른 사람일 것이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전 남친과 최근 서로 번갈아가며 소개팅을 주선하고 있다는 후배 L 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 쿨한 태도가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한편 ‘저렇게 해야 남자를 만나는 거구나’ 싶기도 했다. 사실 그렇다. 어떻게 만났는지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그녀들은 나보다 행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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