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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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할 수도 없는 당신

지금의 상사를 처음 만났을 때 내 생애 드디어 봄날이 온 줄 알았다. 회사 윗사람이기보다 따뜻한 선배에 가까웠던 상사는 모두에게 언제나 친절했고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배려의 여왕답게 팀원들을 살뜰히 챙기기까지 했다. 업무와 관련한 고민은 당연히 진심을 다해 조언해주었고, 인생 상담도 곧잘 해주었다. 문제는 인사 평가 때 터졌다. 팀장 업무 석 달차였던 상사가 인사 평가를 상황 판단 없이 매뉴얼 그대로 해버린 바람에 나는 결국 승진 대열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보통 경험이 있는 팀장들은 승진 예정자를 배려해서 점수를 주는데 곧이곧대로 평가서를 작성한 것이었다. 사람 좋다고 너무 믿은 나머지 내 밥그릇을 챙기지 못한 꼴이 되어 버렸다. 부디 잊지 말기를 바란다. 이곳은 눈 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오피스 정글이다. _L, IT 회사 IR 팀

 

독이 되는 겸손

내 상사로 말할 것 같으면 겸손의 아이콘이다. 팀이 일을 잘해서 칭찬을 받아도 진심을 다해 겸손이 차고 넘치는 대답만 한다. 차라리 팀원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자기는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라고 말하든지. 회사도 결국 쇼맨십이 필요한 곳인데 변함없는 겸손의 자세로 ‘저희 팀이 한 일이 뭐 있나요’하니 바라보는 팀원들은 답답할 뿐이다. 회사생활의 필수 덕목인 ‘뻔뻔함’을 탑재하지 않는 팀은 빛이 날 수가 없다. 다른 팀은 한 개도 열 개처럼 자랑스럽게 부풀려 말하는데 우리 팀은 열 개를 해도 도무지 티가 나지 않는다. 오늘도 힘빠진다. _Y, 출판사 편집부

 

내게 너무 착한 상사

나의 상사는 천생 착한 남자다. 그렇게 착할 수가 없다. 착한 친구, 착한 남편, 착한 아빠. 그런데 무능하다. 너무 착해서 사내 정치도 잘하지 못해 회사에서 큰소리 한 번 내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말만 팀장일 뿐 힘이라곤 없다. 팀장이 힘이 없으니 우리 팀에는 억울한 일만 늘었다. 다른 팀 막내 인턴이 정규직 사원으로 전환될 때 우리 팀 인턴은 여전히 인턴이었다. 티 안 나고 궂은 일은 항상 우리 팀 몫이다. 송년회 장소를 찾는 것도, 워크숍 숙소를 알아보는 것도 전부 우리 팀이 담당한다. 팀 이름을 잔업 처리반으로 바꿔야 할 지경이다. 힘 없는 상사 아래에 있다는 건 내 커리어를 포기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착한 사람은 회사 밖에서나 만나는 게 맞다. 좋은 상사의 덕목은 착한 성격이 아니라 팀원을 이끌고 키워줄 수 있는 능력이다. _K, 전자 회사 마케팅 팀

 

오피스 춘추전국시대

우리 팀은 말 그대로 막장이다. 점심시간만 가까워지면 키보드 두드리는 손길이 빛의 속도로 빨라진다. 그러고 나면 삼삼오오 모여 밥을 먹으러 나가버린다. 한 번쯤은 다 함께 식사할 법도 한데 꼭 친한 사람끼리 모여 나간다. 일하다 보면 몇몇 직원이 메신저를 하며 키득거리기도 한다. 내 직속 후배는 내 말을 곧이 듣는 법이 없다. 일을 지시하면 늘 핑계를 대느라 바쁘다. 팀장은 지금 자기 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 버르장머리 없는 후배, 기분 나쁘게 사람 따돌리는 무리, 일보다 뒷담화하느라 바쁜 사람들. 그런데 모질지 못한 성격 탓에 싫은 소리 한 번 못하는 팀장은 막장으로 치닫는 팀 분위기를 외면한다. _N, 식품회사 유통팀

 

말로 합시다

오늘도 팀장은 출근하자마자 메신저로 말을 건다. 크지 않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도 충분한데 늘 조심스럽게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드리며 업무 지시를 내린다. 이게 다 좋게 말하면 착해서, 나쁘게 말하면 소심해서다. 명색이 팀장인데 업무 지시하는 일이 뭐 그리 힘들다고 매번 메신저 창으로 사적인 대화처럼 일을 시키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 팀을 옮기고 싶어 팀장에게 말했더니 다음 날 메신저로 또 말을 걸었다. ‘다른 팀으로 가면 네가 하던 업무는 누가 하니?’ 여보세요, 그건 당신이 해결할 일이에요. _L, 디자인회사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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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디자인 숍

인포멀웨어(Informalware)

매끈한 라인의 프릿츠 한센(Fritz Hansen) 세븐 체어부터 멋스럽게 낡은 1970년대의 전시 포스터, 북유럽에서 온 빈티지 글라스와 유럽 각지에서 공수한 세라믹 소품과 키친 웨어, 그리고 직접 디자인한 마블 테이블까지. 경리단길의 작은 골목에 자리한 인포멀웨어에서는 예술작품처럼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가진 특별한 디자인 소품을 만나볼 수 있다. 디자이너 출신의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라 두 사람만의 따뜻한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데, 커다란 가구뿐만 아니라 당장이라도 집에 가져다 두고 싶은 아기자기한 향초와 러그, 핸드 크래프트 소품까지 다양한 제품이 마련되어 있어 구석구석을 구경하는 재미도 좋다. 햇빛이 스며드는 조용한 공간에 앉아 세월의 감성을 잔뜩 머금은 빈티지 가구를 감상하자면 기분까지 평화로워진다.

주소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13길 52-11  문의 02-579-9544

쿠바, SNS에 접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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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있는 호텔 아바나 리브레(Habana Libre) 앞이나 페델바예(Fedel Valle) 공원은 인터넷에 접속하려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이제 쿠바인들은 도시 곳곳에서 인터넷을 통해 서로 소통한다. 이탈리아의 사진가 조르조 팔메라(Giorgio Palmera)가 쿠바의 수도 아바나(Habana) 길거리로 나가 와이파이에 접속해 자유롭게 소통하는 쿠바인들의 일상을 포착했다. 그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SNS에 사진을 올리거나 메신저로 대화하는 건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휴대전화는 고사하고 심지어 유선 전화를 사용하는 일조차 드물었을 정도로 통신 문화가 뒤떨어져 있었다. 당시의 쿠바인들은 친구나 가족, 직장 동료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전화기를 들지 않았다. 아바나의 거리로 나와 상대방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 만나면 그만이었다.

벨이 울리면 집주인은 전화를 받을 이웃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미겔리토(Miguelito)!” “메르세데스(Mercedes), 프랑스에 있는 친구한테서 전화 왔어, 빨리 와서 받아!” “후안(Juan), 엄마 전화다.” 전화기가 있는 집을 중심으로 동네 사람들은 큰 소리로 서로의 이름을 불렀고, 걸려온 전화를 받기 위해 20분이나 걸리는 먼 거리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일 또한 다반사였다.

 

1천1백만여 명의 인구가 사는 사회주의국가 쿠바에서 국민들이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일종의 문화혁명이 일어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전까지 무선인터넷은 정부의 특혜를 받는 학자, 엔지니어, 기자, 정부 관료 등의 특권계층만 이용할 수 있었고, 일반인에게는 접근조차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쿠바의 사회주의 정치가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 초반의 쿠바를 ‘인터넷은 없었지만 서로 마음과 정을 풍요롭게 나누던 특별한 시대’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약 20년 동안 전 세계인은 인터넷을 매개로 수많은 문화를 공유했고, 디지털 기술 발전에 가속도를 더했다. 정부의 통제 아래 인터넷 없이 흘러온 쿠바의 시간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동시에, 디지털이라는 국제적인 흐름에서 점차 동떨어지게 된 셈이다.

2015년 7월, 쿠바 정부는 국영 통신사 에텍사(ETECSA)를 통해 60개의 와이파이 공유기를 쿠바 곳곳에 설치했고 누구나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쿠바인에게 비로소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소통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제약이 따른다. 시간당 2달러인 카드를 구매해야 접속할 수 있다. 공식적으로 정해진 가격은 2달러지만, 긴 줄을 서서 오랜 시간 기다려야 카드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암시장에서 3~4달러를 주고 카드를 사는 일 또한 잦다. 하지만 쿠바인 들은 무선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통신수단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크게 기뻐하고 있다.

무선인터넷이 허용되기 전까지 쿠바에서는 온라인상에 반체제 사상이 드러나는 글을 게재할 수 없었다. 사람들의 와이파이 접속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콘텐츠 검열 방안을 놓고 여론이 들끓기도 했지만, 이제는 정부의 까다로운 검열 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무선인터넷이 보급되고 쿠바인의 일상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디지털을 매개로 한 자유로운 소통이 쿠바인에게 더 넓은 세상으로 도약하고 세계 곳곳의 다채로운 문화와 맞닿을 통로가 되어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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