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과 피에르 에르메의 오뜨 꾸뛰르 디저트

피에르 르메트르와의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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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가 있다. 한 남자는 턱이 통째로 날아간 흉측한 얼굴을 한 채 모든 걸 잃고, 다른 한 명은 전쟁터 포탄 구덩이에 파묻혔다 가까스로 살아난다. 56세의 늦은 나이에 첫 소설을 발표하자마자 전 세계 문학계를 뒤흔든 프랑스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Pierre Lemaitre). 그의 소설 <오르부아르>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두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시작된다. 데뷔작 <이렌>을 비롯해 ‘카미유 베르호벤’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린 추리소설 시리즈를 선보여온 작가의 이번 소설은 전작들과 사뭇 다른 형태를 띤다.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어가는 대신, 작품 속 세계의 모순과 인물들의 갈등을 여러 각도로 조명하며 점점 더 깊숙이 파고든다. 전쟁이 끝나고 파리로 돌아온 두 젊은이, 손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들 앞에 놓인 건 부조리한 사회와 빈곤한 현실뿐이다. 그들은 결국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비윤리적인 사기극을 벌이고, 자립을 위해 정직이란 신념을 버린다. 주인공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독자의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한다. 시대 배경은 1백 년 전 프랑스지만, 많은 이들이 불안정한 삶에서 탈출하기 위해 모든 걸 내던지던 그때가 지금 이 시대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작가의 비판적인 메시지가 불쑥불쑥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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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세에 첫 소설을 냈다. 젊을 때 책을 출간하지는 않았지만 늘 글을 쓰며 지냈다. 사람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는 일을 했는데, 매일같이 교단에 서면서도 항상 언젠가 내 책을 내리라 마음먹곤 했다.

<오르부아르>는 어떻게 시작된 소설인가? 프랑스 남부의 한 시골에 있는 작은 호텔에서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었는데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묘지가 눈에 들어왔다.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를 회상했고, 당시에 죽은 사람이 너무나 많아 여러 가지 모델의 비석이 그려진 카탈로그까지 등장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 실화는 <오르부아르>의 두 주인공이 벌이는 사기극과 연결된다.

죽음과 전쟁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거기에 초점을 두진 않았다. 전쟁 이후, 두 남자를 둘러싼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 소설에서 죽음과 전쟁은 단지 상황 설정을 위한 소재로 쓰였을 뿐이다. 인간성의 부재와 사회의 몰락을 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배경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벌이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그 끝엔 항상 현실과 사회가 존재한다. 단지 개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사회의 갈등, 정치, 경제공황과 빈부의 문제 그리고 인간의 내면까지 파고들려 노력한 작품이다.

1백 년 전 시대의 정치, 사회, 경제처럼 다소 무거운 주제를 문학적으로 녹여내기 위해 어떤 작업을 거쳤나? 프랑스의 국립도서관에서 당시의 신문을 찾아 매일같이 읽었다. 보통 하루에 서너 가지 신문을 읽었는데 1920년을 기점으로 그 시대의 분위기, 사람들의 생각까지 세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어떤 옷을 입었는지, 바게트 한 조각이 얼마에 팔렸는지, 어떤 사건 사고가 벌어졌는지에 대해 말이다. 그들의 일상을 꽤 오랫동안 따라다녔다.

과거를 오래 연구한 덕분인지 전체적으로 묘사가 더없이 생생하고 구체적이다. 5분쯤 될 법한 짧은 순간을 표현하는 데 수십 줄씩 할애해 서술하기도 한다. 나는 아주 시각적인 문체를 구사하는 편이다. 커다란 스크린 앞에 앉아 영화를 볼 때처럼 머릿속에 실제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글을 쓴다. 스토리의 흐름이 탄탄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인물의 표정과 감정까지 세밀하게 그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르부아르> 이외의 작품들 또한 마찬가지다. 전형적인 추리소설에서는 종종 사건의 실마리와 메커니즘을 설명하느라 작품의 공간이 부족해 정작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빠뜨리기도 하는데, 이를 경계하고 싶었다. 비교적 덜 드라마틱하고 밋밋하게 전개되더라도 사건보다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선호한다.

작품을 쓰면서 묘사하기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어느 부분인가? 제8장의 시작 부분. 전쟁이 끝나자마자 모여든 수만 명의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혼돈의 장면을 그리는 데 무척 애를 썼다. 최대한 웅장하고 시끄럽게, 비명 소리와 절규, 수많은 사람들의 발소리까지 생생하게 들릴 수 있도록 표현해내고 싶었다. 이런 광경을 카메라 없이 하얀 종이 위에 온전히 담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 부분은 네 페이지를 쓰는 데 무려 2주가 넘게 걸렸다.

두 주인공인 ‘알베르’와 ‘에두아르’ 이외에도 존재감이 명확한 인물이 여럿 존재한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누구인가? 소설 중반에 등장하는 ‘메를랑’이라는 인물이다. 주인공이 벌인 사기극의 재판을 맡은 판사로 등장한다. 그는 전형적인 영웅이 아니다. 못생겼고, 성격도 더럽다. 그런데 나는 그가 참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돈의 유혹이나 무서운 위협 앞에서도 자신이 믿는 윤리를 지킬 불도저 같은 사람인데, 그런 그의 철두철미한 모습이 좋다.

<오르부아르>가 조만간 영화화될 예정이라고 들었다. 어떤 결과물을 기대하나? 내 생각을 배신하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재해석되었으면 좋겠다. 소설의 틀이 새로운 영감이 되어 완전히 다른 형태의 결과물로 탄생하길 기다린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두 번째 시네마

제59회 BFI 런던 국제영화제가 열리던 기간인 지난 10월 중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영화들이 영화제에서 상영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확히는 아르마니가 전 세계에서 네 곳의 영화 학교를 선택해 각 학교 학생들의 단편영화 제작을 후원했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를 이번 영화제 기간 동안 쇼케이스를 열어 선보인다는 내용이었다. 아르마니의 영화에 대한 사랑, 그리고 영화산업과 맺어온 돈독한 관계는 <아메리칸 지골로> <유주얼 서스펙트> <다크 나이트> 등 수많은 명작에 등장한 아르마니 의상들을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동안 그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영화계를 후원하고자 했고, 2014년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그의 필름 프로젝트 가 그 첫 결실이었다. 아르마니는 뉴욕과 파리, 홍콩, 런던, LA, 로마의 영화 학교 학생들에게 단편영화 제작을 의뢰했다. 오랫동안 그의 아이웨어 제작을 담당해온 이탈리아의 룩소티카 그룹, 그리고 이탈리아 필름 프로덕션인 라이 시네마(Rai Cinema)가 아르마니와 뜻을 함께했다. 평소에 패션계에서도 유망한 디자이너 인재들에게 다양한 전시 기회를 마련하는 대선배로서의 그의 면모가 드러나는 프로젝트였다.

는 올해 두번째 에디션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영국영화협회(BFI)와 협력해 런던 국제영화제에서 쇼케이스를 열기로 결정했고, 시드니, 상파울루, 토리노의 영화학도들, 그리고 서울의 서울예술대학교 학생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룩쏘티카와 라이 시네마가 도움을 주었고, 영국의 여배우 헬렌 미렌이 멘토이자 쇼케이스의 홍보대사가 되어 학생들을 격려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전야제 만찬에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조카이자 배우인 로베르타 아르마니, 그리고 BFI 최고 책임자인 아만다 네빌(Amanda Nevill)이 헬렌 미렌과 함께 우먼 파워를 보여주었다. 상영회 당일, 패션 저널리스트 팀 블랭크가 진행을 맡았다. 상영관을 가득 채운 각국의 기자들 또한 기대감에 차 영화의 시작을 기다렸다.

두 번째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도시’ 그리고 ‘시선’이었다. 학생들은 실제 도시의 삶에서 받은 영감을 표현할 것, 그리고 아르마니의 아이웨어 컬렉션인 ‘Frames of Life’을 주인공이 세상을 바라보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도록 구성할 것을 요청받았다. 그렇게 각자의 도시에서 완성된 단편영화는, 공통된 테마를 놓고 저마다 다른 비주얼과 무드, 철학이 담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동화적인 이미지를 구현한 토리노의 Scuola Holden, 아버지와 딸의 기억을 섬세하게 담아낸 상파울루의 Academia Internacional de Cinema, 눈먼 여자를 매개로 심오한 세계를 펼친 시드니의 Sydney Film School 모두 각자의 개성을 여실하게 드러냈다. 한편 서울예술대학교의 학생들은 서울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첫 만남을 대사 없이 감각적이고 컬러풀한 영상만으로 표현해냈다. 쇼케이스에 참석한 프로듀서 김고은은 “나는 ‘Seeing is Believing’이라는 말을 믿는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이미지에 집중했고, 구체적인 스토리의 묘사를 배제한 채 감정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헬렌 미렌은 특히 이 영화에 대해 ‘다채로운 색감으로 구현해낸 이미지가 매우 아름답다’고 찬사를 보냈다. 쇼케이스가 끝난 후에도 각국의 영화학도들을 향해 뜨거운 취재 열기가 이어졌다. 학생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자신의 재능을 더욱 활발히 펼쳐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원하는 장면일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