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는 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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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실사 영화를 만들어도, 그 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기립 박수를 받아도 연상호는 의연하다. 다양한 감정이 스치기야 했겠지만 그는 돌아오자마자 칸에 출품하느라 급히 마무리했던 <부산행>의 후반 디테일 작업에 매진했다. 개봉 한 달 후인 8월에는 프리퀄 격인 애니메이션 <서울역>이 개봉하고 그동안 감독 연상호는 두 번째 실사 영화에 착수한다. 그가 입 밖에 낸 구상 중인 작품만 세 편, 아무래도 연상호는 도취되기보단 계속 달리는 쪽이다.

<부산행>은 전국적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퍼진 가운데 부산행 KTX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액션 스릴러물이다. 인간 사회의 권력 구조를 현미경을 들이댄 듯 확대해 폐부를 깊숙이 찌르는 <돼지의 왕>, 진실과 믿음에 관해 수백 개의 날카로운 물음표를 던지는 <사이비>까지. 마주하기 싫은 사회의 현실을 불쾌하리만치 파고들던 전작들에 비하면 <부산행>은 잘빠진 상업 영화 같다. 7월 20일 개봉을 앞두고 작품에 관한 구체적인 말은 아꼈지만 들려오는 풍문보다는 직접 영화를 보고 그 안에서 좀비물 이상의 다른 의미를 찾고 싶은 게 사실이다. 왠지 연상호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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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에서 워낙 좋은 평가를 받아서 국내 개봉을 앞두고 기대가 더 클 것 같다. 칸에 가기 전까지는 그냥 ‘영화 한 편 끝냈다’ 하는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좀 긴장된다. 어제 나홍진 감독한테 전화가 왔다. 페이스북 많이 하지 말라더라.(웃음) 큰 영화이니만큼 리뷰가 많이 나올 테고 하나하나 보기 시작하면 못 견딜 테니 크게 신경 쓰지 말라고. 그가 영화를 본 건 아닌데 잘될 테니 걱정 말라더라.

당신은 상업적인 작품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 실사 영화도 처음인데 그게 ‘작정한 상업 영화’일 줄이야. 처음부터 상업 영화를 만들겠다고 접근한 건 아니었다. <서울역>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먼저 작업하고 있었는데 작품을 실사 영화화 하는 데 대한 얘기가 잠깐 있었다. 그걸 굳이 실사 영화로 만들기보다는 따로 다른 이야기를 만드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거다. 예산이 커지다 보니 당연히 상업적으로 갈 수밖에 없었고 영화를 만들면서 이런 영 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영화들이 몇 개 있었다. 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나 스티븐 킹의 <미스트> 같은 것인데, 이 작품들이 영화화된 것보다 더 상업적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들었다. 재난영화는 기본적으로 휴머니티를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보편적인 주제로 볼 수 있다. 보편적인 주제라는 건 그만큼 상업성, 대중성이 있다는 거니까. 작품을 만들면서 가상의 관객을 설정하곤 하는데 이전에는 그 가상의 관객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었다면 이번에는 1년에 영화를 한 편 정도 보는 분들, 우리 어머니 같은 분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도가 있었다.

연출할 때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었나? 상업 영화라고 어떤 감정들을 억지로 받아 들이기 쉽게 만들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워야 관객도 감정 이입 하기 쉽다. 배우가 가장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게 영화 자체를 자연스럽게 뽑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대사도 배우 본인의 성격이나 원래 가지고 있는 것들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게끔 열어뒀다.

대규모 감염자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고민이었을 듯하다. 맞다.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장르여서 이질감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 큰 고민이었다. 개인적으로 봉(준호) 감독님과 친분이 없는데 연출부 중 봉 감독님과 친한 분들이 있었다. 그분들을 통해서 조언을 좀 받았다. <괴물>도 한국에서 잘 다루지 않던 소재였으니 그런 소재를 한국적인 것과 어떻게 섞어야 하는지에 대한 팁이랄까. ‘감염자들’의 특수분장을 과하게 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더라. 해외 영화처럼 심하게 특수분장을 하면 이질감이 더 크기 때문에 그들과 다르게 가야 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 얘길 많이 참고했다.

펀드매니저, 야구 선수 같은 직업군 설정이 재밌다. 재난영화에서 꼭 필요한 역할이 그 직업적 특성에서 발현되는 것도 흥미롭고. 시나리오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게 열차 안 인물 간의 계급 차는 있되 전체적으로 소시민이면 좋겠다는 점이었다. 정부 요원이라던가 고위 관원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 주인공도 펀드매니저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론 회사원이다. 악역도 고속버스 회사 상무인데 아주 고위급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안타고니스트(적)는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안에도 있겠지만. 그래서 예전에 <돼지의 왕>이나 <사이비>에서 보여준 것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대하는 소시민들의 싸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작들이 그랬던 것처럼 실제로 극 안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건 우리가 자주 마주하는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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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은 자신이 보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왔다고 했다. 나 아닌 대중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쓸 때 확신할 수 없는 부분도 많았을 것 같다.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도 그랬다. 막상 들어가니 확실한 것들이 보였다. 영화는 현장 편집본이라는 게 있는데 그걸 보니 어떤 게 더 필요하고 필요 없는지 명확히 보이더라. 영화는 그런 게 좋은 것 같다. 애니메이션은 쭉 다 만들 수밖에 없는데 영화는 직관적으로, 현장 편집본을 보면서 빨리 수정할 수 있었다. 시나리오와 다르게 가야 할 것 같은 부분이 생기면 배우들에게 프레젠테이션 하듯 이야기했다. 다행히 배우들 대부분이 나와 생각이 비슷했다.

배우들과 ‘케미’가 좋았나보다. 배우들이 내 애니메이션들을 좋아해서 초반부터 많이 믿고 지지해줬다. 총 4개월 정도 촬영했는데 배우들이 자기 촬영 분이 아닐 때도 모니터 앞에 자주 있었다. 현장 편집본을 보면서 얘길 많이 나눴고 특히 마동석 선배는 액션 신에서 의견을 많이 제시했다.

<부산행>을 만들면서 작품을 만드는 태도나 습관에서 생각까지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예산이 큰 영화다 보니 남의 의견을 많이 듣게 되더라. 애니메이션은 더 개인적으로 작업한다. 근데 다음에 애니메이션을 한다면 조금 더 개인적으로 하고 싶다. 많은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은 실사 영화로 풀 수 있으니까. 이런 식으로 하나를 풀었다면 그 반대되는 방식으로도 하는 게 좋은 방향이라 생각한다.

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갈 건가? 놀면 뭐 하나. 실사 영화 두 편을 준비 중이다. 하나는 내가 각본을 썼는데 이제 될 수 있으면 작가랑 같이 쓰려고 한다. 내가 쓰면 하나도 빼기가 싫어서 수정하기 힘들고 고집 부리고 여기저기 관여하게 된다. 애니메이션은 아주 잔잔한 작품을 생각 중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처럼 밋밋한. 그런 거 좋아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다가 들린다>, 이와이 슌지의 <4월 이야기> 같은 거.

상상이 안 된다. 연상호 그림체로는 더더욱. 내 생각도 그렇다. 뭔가 기괴한 게 들어가겠지.

호텔에서 여름놀이

신라 호텔에서 달 빛 아래 수영하기

모처럼 시티 바캉스를 즐기기로 했다면 하루종일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는 신라 호텔에서 ‘섬머 에피소드’ 패키지를 이용하자. 신라 호텔 내 야외 수영장인 ‘어반 아일랜드’에서 남산을 바라보며 물놀이를 즐기다 출출해지면 선베드에 누워 파마산 리조토와 바닷가재와 로스트 치킨, 소시지로 구성된 서머 플레이트에 시원한 생맥주 에스트렐라 담을 마신다면 평일의 피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질 것. 밤에는 선베드에 보온매트가 깔려 문라이트 스위밍을 즐기기에도 좋다.  9월 13일까지이고 가격은 36만원 선.

 

메종 글래드 제주에서 곽지 해변가 전세내기

여름에 제주를 가면 숙소 선택이 고민이다. 바닷가만큼은 꼭 가야겠다면 메종 글래드 제주가 답. 메종 글래드 제주의 ‘인더 서머’ 패키지엔 객실과 조식은 물론 물 맑고 아름답기로 유명한 곽지 과물 해변으로 가는  무료 셔틀 버스와 미니 바, 탈의실 등이 구비된 투숙객 전용 프라이빗 하우스 이용이 포함되어 있어 남다르게 제주를 즐길 수 있다. 8월 31일까지이고 가격은 22만 9천원부터.

 

W 서울 워커힐_시트러스 우빙수W 호텔에서 빙수먹기

W 호텔의 여름 시그니처 메뉴 ‘우빙수’가 올해엔 더 다채로운 색을 입었다. 우유만을 갈아 진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우빙수에 W 베이커리 팀이 직접 만든 바삭한 누룽지 과자가 올라간 ‘누룽지 우빙수’, 싱싱한 베리와 라즈베리 소르베 아이스크림을 토핑한 ‘시트러스 우빙수’ 등은 팥과 우유만으로 점철된 텁텁한 팥빙수에 질린 이들에게 반가운 메뉴. 귀리와 흑미를 넣은 포리지를 우유에 섞은 건강 빙수도 흥미롭다. 각각 2만 7천원.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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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보기 위해 4분단에서 1분단을 돌아 사물함으로 갔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고 거짓말도 했다. 윤리 시간에 같은 조가 되면 그녀의 편에서 정의를 대변했다. 엎드려 졸고 있을 때조차 얼굴을 그녀가 있는 쪽으로 두었다. 하지만 그 아이와 어울리는 커트 머리 여자 친구들 사이로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오랜 가슴앓이의 흔적은 수능 준비에 몰두하면서 일기장에서 사라졌다. 우리는 각자 다른 대학교에 진학했고 몇 년이 지나 소셜 네트워크 ‘아이러브스쿨’ 정모에서 다시 만났다. 깊은 연정은 사라졌지만 내면에 깔린 친밀한 정서는 여전히 단단했다. 우린 순식간에 다시 가까워졌다. 바슐라르의 <촛불의 미학>과 타르코프스키 감독 영화의 환유에 대해 토론하고 함께 사북으로 출사 여행을 떠났다. 타인의 개입이 불가능한 뿌리 깊은 연대의 정서가 우리 사이에 있었다. 아, 성적 탐닉은 없었다. 우정을 기반으로 한 조금 유별난 관계였는데, 돌이켜보면 그건 사랑이었다. 그 사랑이 깨진 건 내가 복학생 선배와 사귀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 아이는 분노가 극에 달해 화를 주체하지 못해 내게 물건을 던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더러운 욕을내뱉었다. 그리고 물었다. “어떻게 ‘남자’를 사랑할 수 있니?”

그 아이의 마지막 외침은 연애의 위기가 반복될 때마다 떠오른다. 남자를 사랑할수록 내가 알고 있던 순수한 사랑의 의미는 퇴색했다. 그래, 어떻게 남자를 사랑할 수 있지? 여성이 남성을 사랑하는 것은 다음 세대를 만들기 위한 생물학적 환영에 불과할 뿐, 남녀는 영원히 서로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생명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성적 대상으로서 상대방의 몸을 이해하는 수준도 남성보다 여성이 월등하게 우월하다. 깊은 정서적 교감을 나누던 그 아이가 내겐 밀도 높은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동성애와는 차이가 있다. 성적 유희를 뛰어넘는 동질의 교감이 농밀하게 바탕에 깔린 사이. 나는 그것을 소울메이트, 즉 영혼의 동반자라고 말하고 싶다.

주변을 돌아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관계의 소울메이트 커플이 있다. 노희경 작가의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 등장하는 ‘꼰대 이모’들도 그렇다. 초등학교 동문인 문정아(나문희)와 조희자(김혜자)에게는 각각 “동태찌개! 고춧가루 많이 넣고”라고 소리 치는 남편과 자신을 부담스러워하는 자식들이 있다. 정아가 이혼을 결심하자, 희자는 ‘정아야, 나랑 같이 살자’라고 말한다. 희자의 머릿속에는 남편과 자식보다 더 열렬히 사랑하는 친구 정아가 있다. 행복을 추구하는 일상이 삶의 목적이라면 이런 평생지기와 함께 살아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짠돌이 남편 때문에 속이 시커멓게 타버리는 화병 따윈 생기지 않을 거다.

실제로 내 주변엔 소울메이트와 연인 혹은 가족의 형태로 살아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S선배가 대표적이다. S선배는 성욕을 입으로 푸는 사람이다. “저 남자는 성기에 탄력이 없을 것 같아.” “너 요즘 두 남자 성기 양쪽에서 흔들고 다닌다면서?” “네가 그 게르만족 맛을 봐야 그게 얼마나 좋은 줄 알지!” 반복되는 음탕한 직설 화법에 놀라지만 그는 스스로 성욕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섹스를 안 하니까 입으로 푸는 거지, 얘. 이 나이에 무슨 성욕이니?”

아래에 쓸 에너지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무성욕자 선배가 연애를 한다. 상대는 동성의 소설가 J. 쾌락의 질주와 성적 욕망의 비극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쓴 소설가지만 둘의 연애는 플라토닉하다. 아침이면 새벽에 우는 새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문자를 보내고, 동네 빵집에 갓 구운 빵이 나오는 시간에 만나 바게트의 식감에 대해 얘기한다. 서로 자전거 타이어 바람을 채워주고 라이딩을 즐기는 그들은 섹스 없는 연인이다. 그들은 딱 지금 이대로 좋다. 오래된 물건을 수집하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발견하는 걸 좋아하는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섹스가 아닌 취향의 공유다. 서로 자유연애를 하면서 평생 지적 동반자로 살았던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처럼. 선배와 J는 때때로 J의 서재에서 서로에게 시를 읊고 노래를 하며 종일 시간을 보낸다. 그들의 연애를 보며 정서적 동반자와 함께 사는 가족의 재구성이 멀지 않았음을 느낀다. 어쩌면 그것이 상실과 결핍의 시대에서 우리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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