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는 곧 사랑이자 열정이에요.” 아프리카를 주제로 컬렉션을 선보인 알베르트 크리믈러는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여러 요소 중에서 특히 붉은 토양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레드 톤의 컬러와 사랑에 빠졌다. 오렌지, 레드, 브라운 레드 등 다채로운 레드 톤을 앞세워 와일드한 느낌을 살린 벌키한 실루엣의 니트웨어, 구조적인 라인의 더블페이스 케이프, 몸을 부드럽게 휘감는 벨벳 드레스 등을 선보였으니 말이다. 또 치타, 얼룩말, 레오퍼드 등의 애니멀 프린트, 코끼리의 질감을 표현한 입체 자수, 아프리카 부족의 장식을 재해석한 여러 겹의 얇은 가죽 장식 등으로 아프리카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표현하는 데 힘을 보탰다. 쇼를 보고 난 소감은? 아크리스=아프리카=레드!
자신의 레이블에 집중하기 위해 브랜드를 떠난 이킹 인을 대신해 디자인팀이 쇼를 진행한 레오나드. 그러고 보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부재로 디자인팀이 쇼를 맡으면 늘 ‘크리에이티브’보다는 브랜드의 ‘ 오리진’에 집중하게 되는 듯. 이번 레오나드 쇼도 그랬다. 디자인팀은 레오나드가 실크 꽃무늬 프린트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1970년대로 돌아가 룰루 드 라 팔레즈와 마리사 베렌슨이 추구한 보헤미안 스타일을 그려내고자 했으니! 하지만 결과 역시 조금 아쉽다. 70년대 보헤미안이라고 하기엔 디자인이 단조로운 데다 이킹 인이 그려낸 레오나드에 비해 조금 올드하게 느껴지니 말이다. 레오나드의 다음 시즌과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기대해본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셀 수 없이 뒤섞인 선과 알록달록한 색이 만나 홀로그램처럼 번졌고, 회오리처럼 둥글게 굽이치며 입체적인 볼륨감과 착시 효과를 끌어냈다. 옷은 이처럼 두 가지 파트로 양분됐는데 무지개 같은 프리즘 효과를 낸 건 뜨거운 열로 만든 주름인 ‘베이크드 스트레치’, 또 팽이처럼 도는 스팀으로 수축한 주름은 ‘3D 스팀 스트레치’ 기술로 완성한 것이다. 쇼는 지금껏 본 적 없고, 또 몰랐던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싶었다는 아티스틱 디렉터 요시유키 미야마에의 바람이 담긴 무대였다. 여기에 ‘Beyond’를 주제로 아직 아무도 탐험하지 않은 은하계의 새로운 별로 모험을 떠난다는 천진난만한 이야기가 바탕이 됐다. 물론, 이 호기로운 발상만큼이나 컬렉션은 흥미로왔으니 이만하면 꽤 성공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