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게르만 민족을 뜻하는 ‘튜토닉(Teutonic)’이 주제였다. 왜 독일이냐는 질문에 우리의 많은 문화가 여기에 결부되어 있다고 설명하는 후세인 샬라얀. 그는 독일에서 받은 영감을 과거와 현재, 미래적인 모티프에 빗대어 해석했다. 자동차로 시작해 우주선의 계기판, 전기회로, 타이머 숫자 등이 반복적으로 프린트되거나 수놓였으며,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빼곡히 장식되어 섬광처럼 빛나기도 했다. 타이틀은 분명했고 담고 싶은 메시지도 있었지만, 관객에게 쉽게 전달되진 않았다. 차라리 런웨이에 시원한 물벼락이 쏟아진 지난 시즌의 깜짝 퍼포먼스가 더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 싶었으니까.
네 번째 컬렉션을 선보이며 순항 중인 줄리 드 리브랑은 이번 시즌 중성적이면서도 절제된 관능미를 담은‘소니아 리키엘 우먼’에 대해 얘기했다. 트위드에 시폰이나 실크를 가미해 중성적인 느낌을 끌어내고, 밑단이 넓은 펄럭이는 와이드 팬츠와 실크 드레스, 복슬복슬한 퍼 코트로 관능미를 더했다. 무엇보다 하우스의 시그니처인 스트라이프 니트를 다양하게 변주한 것이 돋보였는데, 특히 심플한 금장 단추로 장식한 가늘고 긴 니트 스트라이프 코트는 아카이브 재해석 순위권에 들 만한 ‘웰메이드’! 아마도 이번 겨울 스트라이프와 마린 룩 추종자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 1순위에 오르지 않을는지.
걸리시 룩에 일가견이 있는 소피 미셸리는 이번 시즌 역시 소녀들이 환호성을 지를 만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파리의 얌전한 고등학생부터 멋 부리는 고등학생까지, 완벽한 파리지엔 스쿨걸 룩을 제시한 것. 하늘하늘한 실크 블라우스와 자카드 꽃무늬 미니드레스,스쿨걸 룩의 전형인 단정한 더블 브레스티드 코트, 버뮤다 쇼츠와 몸에 꽉 끼는 슬림한 재킷, 귀여운 고양이가 프린트된 실크 드레스와 큼지막한 니트 풀오버 등 소녀 감성을 동경하는 여자들이 딱 좋아하는 컬렉션을 구성했다. 아메리칸 스쿨걸 룩에 비해 한층 성숙하고 시크한 파리지엔 스쿨걸 룩의 숨은 진가를 발견한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