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부터 말하자면 셀 수 없이 뒤섞인 선과 알록달록한 색이 만나 홀로그램처럼 번졌고, 회오리처럼 둥글게 굽이치며 입체적인 볼륨감과 착시 효과를 끌어냈다. 옷은 이처럼 두 가지 파트로 양분됐는데 무지개 같은 프리즘 효과를 낸 건 뜨거운 열로 만든 주름인 ‘베이크드 스트레치’, 또 팽이처럼 도는 스팀으로 수축한 주름은 ‘3D 스팀 스트레치’ 기술로 완성한 것이다. 쇼는 지금껏 본 적 없고, 또 몰랐던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싶었다는 아티스틱 디렉터 요시유키 미야마에의 바람이 담긴 무대였다. 여기에 ‘Beyond’를 주제로 아직 아무도 탐험하지 않은 은하계의 새로운 별로 모험을 떠난다는 천진난만한 이야기가 바탕이 됐다. 물론, 이 호기로운 발상만큼이나 컬렉션은 흥미로왔으니 이만하면 꽤 성공적이다.
손등을 훌쩍 덮는 벨 슬리브로 패션 피플의 열렬한 지지를 얻은 엘러리. 이번 시즌엔 특기인 소매 대신 허리에 집중했다. 코르셋을 주제로 컬렉션을 전개했는데, 이채로운 건 일반적으로 몸을 조이는 것으로 생각하는 코르셋을 해체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 코르셋의 스티치와 버튼홀은 그대로 남겨놓은 채 매듭을 풀어헤쳐 소매 끝과 가슴 아래로 흘러내리게 했다. 엘러리 특유의 벨 슬리브와 벨보텀 팬츠도 다양한 소재로 선보였으며, 퍼와 가죽을 사용해 이전 시즌보다 한층 글래머러스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도 눈에 띄었다. 나뭇잎을 형상화한 조각 작품 같은 독특한 귀고리와 목걸이도 꽤 인상적.
독일 게르만 민족을 뜻하는 ‘튜토닉(Teutonic)’이 주제였다. 왜 독일이냐는 질문에 우리의 많은 문화가 여기에 결부되어 있다고 설명하는 후세인 샬라얀. 그는 독일에서 받은 영감을 과거와 현재, 미래적인 모티프에 빗대어 해석했다. 자동차로 시작해 우주선의 계기판, 전기회로, 타이머 숫자 등이 반복적으로 프린트되거나 수놓였으며,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빼곡히 장식되어 섬광처럼 빛나기도 했다. 타이틀은 분명했고 담고 싶은 메시지도 있었지만, 관객에게 쉽게 전달되진 않았다. 차라리 런웨이에 시원한 물벼락이 쏟아진 지난 시즌의 깜짝 퍼포먼스가 더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 싶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