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레이블에 집중하기 위해 브랜드를 떠난 이킹 인을 대신해 디자인팀이 쇼를 진행한 레오나드. 그러고 보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부재로 디자인팀이 쇼를 맡으면 늘 ‘크리에이티브’보다는 브랜드의 ‘ 오리진’에 집중하게 되는 듯. 이번 레오나드 쇼도 그랬다. 디자인팀은 레오나드가 실크 꽃무늬 프린트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1970년대로 돌아가 룰루 드 라 팔레즈와 마리사 베렌슨이 추구한 보헤미안 스타일을 그려내고자 했으니! 하지만 결과 역시 조금 아쉽다. 70년대 보헤미안이라고 하기엔 디자인이 단조로운 데다 이킹 인이 그려낸 레오나드에 비해 조금 올드하게 느껴지니 말이다. 레오나드의 다음 시즌과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기대해본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셀 수 없이 뒤섞인 선과 알록달록한 색이 만나 홀로그램처럼 번졌고, 회오리처럼 둥글게 굽이치며 입체적인 볼륨감과 착시 효과를 끌어냈다. 옷은 이처럼 두 가지 파트로 양분됐는데 무지개 같은 프리즘 효과를 낸 건 뜨거운 열로 만든 주름인 ‘베이크드 스트레치’, 또 팽이처럼 도는 스팀으로 수축한 주름은 ‘3D 스팀 스트레치’ 기술로 완성한 것이다. 쇼는 지금껏 본 적 없고, 또 몰랐던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싶었다는 아티스틱 디렉터 요시유키 미야마에의 바람이 담긴 무대였다. 여기에 ‘Beyond’를 주제로 아직 아무도 탐험하지 않은 은하계의 새로운 별로 모험을 떠난다는 천진난만한 이야기가 바탕이 됐다. 물론, 이 호기로운 발상만큼이나 컬렉션은 흥미로왔으니 이만하면 꽤 성공적이다.
손등을 훌쩍 덮는 벨 슬리브로 패션 피플의 열렬한 지지를 얻은 엘러리. 이번 시즌엔 특기인 소매 대신 허리에 집중했다. 코르셋을 주제로 컬렉션을 전개했는데, 이채로운 건 일반적으로 몸을 조이는 것으로 생각하는 코르셋을 해체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 코르셋의 스티치와 버튼홀은 그대로 남겨놓은 채 매듭을 풀어헤쳐 소매 끝과 가슴 아래로 흘러내리게 했다. 엘러리 특유의 벨 슬리브와 벨보텀 팬츠도 다양한 소재로 선보였으며, 퍼와 가죽을 사용해 이전 시즌보다 한층 글래머러스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도 눈에 띄었다. 나뭇잎을 형상화한 조각 작품 같은 독특한 귀고리와 목걸이도 꽤 인상적.